선선한 날씨를 맞아 등산과 걷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을철 야외활동은 심폐기능과 근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평소 운동량이 적었다면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생기지 않도록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오랜만에 산을 찾는다면 처음부터 긴 거리나 가파른 코스에 도전하기보다 현재 체력과 관절 상태에 맞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오성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야외활동을 시작하거나 짧은 기간에 운동량을 크게 늘리면 무릎 관절과 주변 조직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르막보다 하산할 때 무릎 부담 커져
많은 등산객이 오르막길을 가장 힘든 구간으로 생각하지만, 무릎 관절은 내리막길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받는다.
하산할 때는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체중을 지탱하며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절과 주변 근육에 반복적으로 충격이 전달된다.
이미 오르막길에서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하산 도중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보폭이 커지거나 속도가 빨라지면 무릎 부담과 낙상 위험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내려올 때는 보폭을 평소보다 줄이고 발을 안정적으로 디뎌야 한다. 속도를 낮추고 무릎을 지나치게 굽힌 자세로 오래 버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평지 걷기부터 시작해 운동량 늘려야
운동 경험이 많지 않다면 곧바로 장시간 산행에 나서기보다 평지 걷기로 몸을 적응시키는 편이 좋다.
처음에는 짧은 시간 동안 편안한 속도로 걷고, 몸이 적응하는 정도를 확인하면서 시간과 거리를 조금씩 늘린다. 이후 완만한 경사의 코스로 옮겨가는 방식이 관절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산행 코스를 고를 때는 전체 거리만 볼 것이 아니라 경사도와 예상 소요시간, 하산 구간의 난이도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체력을 모두 사용하면 하산 과정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중간에 휴식할 시간과 내려올 때 사용할 체력까지 고려해 일정을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출발 전 5~10분간 몸 풀기
산행 전에는 5~10분 정도 가볍게 걸으며 체온을 올리고 무릎과 발목, 허리 주변을 부드럽게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빠르게 걷거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관절과 근육에 갑작스러운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
산행 도중에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숨이 지나치게 차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면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무리하게 맞추기보다 자신의 체력에 따라 걷는 것이 중요하다.
발에 맞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 선택
등산화나 운동화는 발에 잘 맞고 바닥의 접지력이 충분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신발은 보행 자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발목과 무릎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활동에 적합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은 편안함뿐 아니라 부상 예방에도 중요하다. 미국정형외과학회도 운동 종류에 맞는 신발 선택이 발과 발목, 다리 부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미국정형외과학회 신발 선택 안내
등산 스틱을 사용한다면 길이를 몸에 맞게 조절하고, 하산 시에는 지면 상태를 확인하면서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스틱에 체중을 과도하게 의존하면 균형을 잃을 수 있어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먼저다.
붓기와 반복되는 통증은 관절 이상 신호
산행 후 전신 근육이 뻐근한 정도라면 휴식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관절에서 같은 통증이 반복되거나 붓기와 움직임 제한이 동반된다면 단순 근육통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운동량을 줄이고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 무릎이 눈에 띄게 붓거나 열감이 느껴질 때
-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해질 때
- 무릎이 잠기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반복될 때
- 휴식 후에도 통증이 계속될 때
- 통증 때문에 걷기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
중년 이후 흔히 나타나는 무릎 골관절염은 서서히 진행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미국정형외과학회 무릎 골관절염 안내
통증이 며칠 동안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정형외과 등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낭 무게 줄여 허리 부담 낮추기
장시간 걷거나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 허리와 주변 근육에도 피로가 쌓인다. 무거운 배낭을 오랫동안 메거나 상체를 과도하게 앞으로 숙이고 걸으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배낭에는 꼭 필요한 물품만 넣어 무게를 줄이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양쪽 어깨에 고르게 메는 것이 좋다. 몸에 맞게 어깨끈을 조절해 배낭이 걸을 때마다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는 느낌, 감각 저하, 근력 약화 등이 나타난다면 일반적인 근육 피로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신경과 관련된 증상이 지속되면 운동을 중단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오랜만에 등산이나 걷기를 시작한다면 운동시간과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통증이 반복될 경우 참으면서 운동을 이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것은 운동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몸 상태에 맞춰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하고 산행 후 몸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가을철 관절 건강을 지키는 기본 원칙이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는다. 심한 통증이나 부종, 감각 이상, 보행 장애가 있다면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